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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연아범의 산업보건이야기
반딧불의 묘 < 火垂るの墓>를 본 후 (전쟁은 일본인의 밥상을 어떻게 바꾸었나 /소명출판) 본문
- 저자
- 사이토 미나코
- 출판
- 소명출판
- 출판일
- 2024.07.31
- 평점
- 5.8 (2014.06.19 개봉)
- 감독
- 다카하타 이사오
- 출연
- 다츠미 츠토무, 시라이시 아야노, 시노하라 요시코, 야마구치 아케미
최근에야 타카하타 이사오의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반딧불의 묘 (1988)
를 보았다. 지브리 하면 미야자키 하야오밖에 몰랐고 그의 아들내미의 만화가 같지않은 행보를 보니 정말 망할 것 같아 다시 펜을 든 미야자키 하야오를 응원하고 있다. 다만 미야자키 하야오의 만화를 보면 <우린 전쟁을 하여도 아름답게 했고 신비로운 모습만 만화로 보여줄 거야>라는 복선을 까는 애니메이션만 전부라고 했을 때 1988년작 지브리의 <반딧불의 묘>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이 아니라 작고한 타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작품이란 것을 알았을 때 이 영화를 대하는 나에게도 많은 의미를 주었다. 너무 늦은 시점에 본 것이라는 아쉬움이다. <1997년도에 볼 기회가 있었는데 에반게리온을 보았다.에반게리온 작가가 반딧불의 묘 전함과 전투기를 그렸다. 1997년 2000원이면 대학 빈 강의실에서 지브리 비디오를 틀어주곤 했다. 그 때 2000원이면 지방 국립대 백반 두끼 금액이다.>
나는 이 애니메이션 < 반딧불의 묘>를 보면서 주인공의 여동생 세츠코의 죽음이 오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아주 강하게 마음을 울렸다. 반딧불의 묘를 보면서
같은 시점에 < 전쟁은 일본인의 밥상을 어떻게 바꾸었나/ 소명출판 / 사이토 미나코 저> 접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일본이 근대화에 들면서 청일 러일 전쟁부터 태평양 전쟁 그리고 전후 초기까지 일본인들의 겪었던 식문화를 그 당시 발간된 여성 잡지의 음식 조리 기사를 통해서 단면을 보여준다. 전후 임산부나 갓 출산한 여성을 위해서 갓 구운 생선의 가시를 먹어라 등의 기사는 요즘 계속 보고 있는 NHK 드라마 해협을 통해서도 극 중에 등장하는 등 심심찮게 사례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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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완독하면서 느낀 점은 일부 조선인들은 먹을 게 없어 굶어죽었으나 본토
일본인들은 콩 껍질이라도 어떻게 조달해서 먹인 대본영의 식량배급시스템에 경이로운 의견을 가졌을 뿐이다.
허나 전쟁 중 일본 정권에 부역했던 조선인들도 잘 먹고 산 것과 그렇지 않았던 사람이 있는 것처럼 전쟁 중 1944년도 고베를 배경으로 반딧불의 묘에서도 등장하는 남매 이야기는 배급표 하나 없이 살아야 했던 당사자들의 진솔한 이야기 이다.
이 애니메이션에서도 전쟁 통에 주인공들이 먹었던 다양한 음식들이 이야기를 주절주절 적어보려 한다. 이 음식들은 당시 일본의 식량난과 주인공들의 절박한 상황을 잘 보여주어 몇 가지 다루어본다.
1. 사탕통에 든 사탕 (사쿠마 드롭스)
반딧불의 묘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이다. 세이타가 어린 동생 세츠코에게 주기 위해 가지고 다니는 사탕 통로이다.일본의 유명한 과자 브랜드 ‘사쿠마 드롭스’로, 알록달록한 과일 맛 캔디가 들어 있다. 사탕이 다 떨어진 후 세츠코는 남은 설탕물에 물을 타서 마시며 오색 가지 맛이 난다며 세츠코가 기뻐하는 모습은 심금을 울린다.
https://images.app.goo.gl/9xtPUHoeQTPyEGA7A
Japan's Sakuma's Drops maker to close after 114 years
Google에서 검색된 confectionerynews.com 이미지
www.google.com
세츠코가 죽어가던 시점에 빈 사쿠마드롭스통에 옆에 있고 입에서 빈 유리알을 사쿠마사탕이라고 믿으면서 빨아먹는 장면이 나온다. 마지막까지 죽는 순간에 가장 달콤했던 추억을 가져가려고 하는 행동이 아닐까 생각한다실제 역사에서 사쿠마 드롭스(サクマドロップス)는 일본의 대표적인 캔디 브랜드로, 1908년(메이지 41년)에 사쿠마제과(佐久間製菓)에서 처음 출시한 과자이다. 이 제품은 다양한 과일 맛이 나는 알록달록한 하드 캔디로, 특히 금속제 틴케이스(양철 캔)에 담겨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사쿠나 제과는 1908년에 사쿠마 드롭스를 출시했다. 당시 일본에서 서양식 과자가 보급되기 시작하던 시기였고, 사쿠마 드롭스는 유럽식 하드 캔디 제조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전통적인 일본 과자와는 다른 형태였기 때문에 큰 인기를 끌었다.
2차 세계대전 중 원재료 부족으로 인해 제조가 어려워졌고, (애니메이션 상에도 장독대 같은 곳에서 오빠가 찾아서 세츠코에게 전달해 준다) 전쟁 이후에도 경제 상황이 불안정하여 생산이 중단되기도 했다.
https://youtu.be/F2zq7V89vhc?si=bN5NRvGK7uTnZM7P
전쟁 후 사쿠마제과 내부에서 갈등이 발생하며, 회사가 두 개로 나뉘었다.
사쿠마제과(佐久間製菓) → 빨간색 캔
사쿠마식과자(サクマ式菓子) → 녹색 캔
전후 두 회사 모두 '사쿠마 드롭스'를 만들었지만, 서로 다른 제조 방식과 디자인을 사용했다. 최근에는 빨간색 캔을 생산하던 사쿠마제과(佐久間製菓)는 2023년 1월 20일 자로 폐업하였다. 이유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원재료 가격 상승과 경영난이 원인이었다.그러나 녹색 캔을 생산하던 사쿠마식과자(サクマ式菓子)는 여전히 영업 중이며, 현재도 사쿠마 드롭스를 생산하고 있다.
2. 죽 (오카유, お粥)
작중 초반 구더기와 함께 화상을 입은 세이타 남매의 어머니가 떠나면서 남긴 화려한 기모노는 고모의 눈에 들어오고 쌀을 바꾸어 먹자는 고모의 설득에 쌀을 바꾸어서 고모와 반반씩 나누게 된다. 그러나 쌀밥은 그때뿐 세츠코가 밥을 먹고 싶다는 욕망은 고모로부터 죽이나 먹으라는 핀잔으로 돌아왔다. 기나긴 전쟁으로 인해 조선반도 대만에서 들어오던 미곡이 부족해지면서, 극중 내용처럼 세이타는 세츠코에게 쌀로 만든 묽은 죽을 만들어 주고 일본인들에게도 오카유( お粥)라는 죽으로 끼니를 때우기가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전황이 일본에 불리할수록 쌀이 부족해지면서 점점 더 묽은 죽을 먹게 되고, 결국 거의 물에 가까운 상태가 되어버린다.
그럼 전쟁 시기 죽은 일본인들에게 어떠한 의미로 다가왔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인에게 죽은 단순한 음식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 배경에는 전시 중의 음식 사정과 문화적 가치관이 관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전쟁이 일본에 불리해지면서 일본 내에서는 심각한 식량 부족이 발생했다. 특히 쌀의 공급이 제한되어 배급제도가 도입되면, 많은 가정에서는 적은 쌀을 가능한 한 오래 유지시키기 위해, 죽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 되어버렸다.죽은 통상의 밥보다 적은 쌀로 조리할 수 있기 때문에, 귀중한 식량을 유효 활용할 수 있었다. 어린아이 노인 등 만성 영양 부족 사람들에게도 먹이기에도 적합했다.죽에는 고구마도 밀, 잡곡, 풀뿌리, 풀잎 등을 섞어 끓여 먹고 있는 궁리가 되었다.( 그 당시 유행하던 책들이 주로 "전격독초대해부"같은 편람 책들이 유행했다고 한다.일반 사람들에게도 죽은 견디는 음식으로 다가왔다. 전쟁으로 인한 어려움을 견디는 상징으로 죽을 먹는 것은 "참아"와 "인내"를 의미하는 행위이기도 했다.
전시 슬로건으로 "욕망하지 않습니다, 이길 때까지"라는 표어가 퍼져 절약적인 식생활이 장려되었다. 죽은 그 정신을 반영한 음식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식사의 질이 떨어지는 가운데서도 가족에서 죽을 나누면서 전시하를 극복하려고 하는 모습이 보였다.하지만 잘 먹어야 하는 병사로서 전선의 병사들도 물자가 부족하면 죽과 같은 간이식으로 굶주림을 느끼고 있었다전시 중의 민간인이든 군인이든 죽은 「굶주림을 견디는 수단」인 동시에, 「견뎌내는 상징」이기도 했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전시 중의 기억과 연결되는 음식이 되고, 그 의미는 깊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3. 수박
모든 현실에 악에 받친 세이타는 세츠코를 병원에 데려가지만 의사는 영양실조라고만 하고 별다른 치료법은 없다고만 한다세이타는 약이든 주사든 없냐고 항의하지만 의사는 그냥 맛있는 음식 많이 먹이라는 조언만 한다.
세이타는 미래를 위해 남겨놓았던 3000엔을 은행에서 인출한다. (의문인 점은 1945년 8월 패망 당시 일본군 장교의 월급이 100~200엔 수준인데 3000엔이라는 거액이 있어도 안 썼다는 것인데 아무리 전쟁 후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더라도 300백 엔을 오역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그리고 세츠코는 떨어지기 싫어하나 세이타는 3000천 엔으로 수박과 계란을 사가지고 와서 방공호에 누워있는 세츠코가 배가 고파 힘들어할 죽어갈 때, 세이타는 그녀에게 수박을 한 점 입에 너 준다.
계란 넣고 밥을 해준다고 하며 세이타는 기다리라며 세츠코를 다독인다오래간만에 단 수박을 먹고 기뻐하는 장면은 세츠코가 마지막으로 즐거움을 느끼는 순간 중 하나이고 조용히 눈을 감는다. 세이타는 모든 것을 체념한 듯 그 옆에 누워서 슬픔을 삼킨다.
이 애니메이션에 나온 3가지 음식 외에도 여러 음식이 나오지만 그건 부가적인 것이고 이 글을 마무리 짓기 전에 세츠코의 죽음을 가져온 원인을 무엇일까? 난 아래와 같이 생각한다.우선은 일본 지배층에 대한 전쟁에 대한 망상이다. 비씨 프랑스 정부의 인도차이나반도 할양에서 전쟁을 멈추었더라면 일본제국의 앞날은 어떻게 될지는 게임상의 결말처럼 한민족에게는 최악의 결론이 나왔을 것이다.
두 번째, 순양함 함정 장교로 있는 아버지에 대한 희망 그리고 세츠코가 죽기 전 일본이 패망했고 연합함대는 배 한 척 없이 사라졌다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고통으로 허송세월 보낸 세이타의 알량한 자존심이다.
어떠한 구박이 있더라도 고모네 집에서 나오지 말고 거기서 버텨야 했다. 고모 입장에서야 전쟁 중에 고모네 식구들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객식구인 세이타 남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가지고 있었지만 공장에서 나가지도 않고 풍금이나 치고 있는 세이타에게 화도 날만하지만 밥을 따로 해먹자는 한마디에 나가서 풍로를 사 오고 부식거리를 사 오는 세이타의 행동에도 이해를 못 하는 부문이 있다. 차라리 7000엔 예금을 찾아 고모를 드렸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전후 일본은 화폐개혁을 해서 다 종잇조각이 될 돈이었다)
https://youtu.be/mOsmxfHICTw?si=OuS805BY6Ry88GKV
마지막으로 우맹 愚氓 (어리석은 민족)이다.
하지만 우맹을 만든 것은 도쿠토미 소호(徳富蘇峰, Tokutomi Sohō 1863~1957)
같은 언론인이다. 나치의 괴벨스와 같은 선전부 장관이 없던 일본에서는 도쿠토미 소호 같은 언론인의 신문 한 줄은 프로파간다적인 전쟁에 대한 일본 사람들에 대한 옮은 판단을 못 내리게 했을 것이다. 그는 일본의 군국주의와 제국주의를 지지하는 방향으로 언론을 주도했고, 『국민 신문(國民新聞)』 을 운영하며 러일전쟁(1904-1905)과 만주 침략을 정당화하는 논조를 펼쳤다고 한다. 태평양 전쟁 시기에도 군국주의적 선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일본 정부의 정책을 옹호했던 인물에 대한 무조건적인 추종은 많은 일본인들에게 영향을 끼쳤다.애니메이션 상에서 고모의 논리는 고모의 자식들은 전쟁 승리를 위해서 공장에 나가기에 세츠코 어머니 기모노로 바꿔온 쌀로 그들의 자식에게는 오기니리(주먹밥)을 먹어야 하지만 세히코 남매에게는 죽 한 그릇도 아까운 논리가 고모의 논리였던 것이었다. 기회가 되어 이 애니메이션과 이 책을 동시에 보게 되어 이 글을 쓰게 되었지만 태평양전쟁 종전 80여 년이 지난 지점에서 나 스스로가 우맹 (愚氓)이 되어 딴 사람들을 그렇게 바라보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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